"미래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연비와 비용 면에서 우수한 디젤엔진 기술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제치고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겁니다. "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에서 디젤시스템 엔지니어링 부문의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위르겐 게어하르트(49·사진)의 말이다. 보쉬 글로벌 기술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게어하르트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디젤 기술이 친환경차의 대안인 만큼,각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엔진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어하르트 부사장은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가솔린 기반의 하이브리드카를 적극 개발하고 있지만,디젤엔진 차량이야말로 연비가 높고 무엇보다 원가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더라도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삼아야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선 낮은 점수를 줬다. LPG가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디젤과 비교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가량 많고 연비도 훨씬 낮다는 설명이다. LPG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청정 연료가 아니기 때문에 대체 연료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게어하르트 부사장은 디젤 차량 생산이 향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디젤의 친환경성이 부각되면서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디젤차량 생산이 2016년까지 매년 9.2%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차량의 평균 생산량이 연간 1.4%씩 확대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과 대조적이다. 동유럽(연 14.3%) 중국(연 12.2%) 등도 디젤 차량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곳들로 꼽힌다. 다만 한국은 가솔린 차량의 선호도가 워낙 높은 탓에 매년 1.6%씩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어하르트 부사장은 "현대차 i30를 예로 들면 똑같은 1600㏄ 엔진을 단 디젤 및 가솔린 모델의 연비가 최대 33%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디젤 차량의 연비가 우수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디젤 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보다 최대 50% 이상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점과 낮은 엔진회전 구간대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디젤이 더 높은 효율을 보인다고도 밝혔다. 예컨대 100% 원유를 정유하면 약 20~40%의 가솔린을 얻을 수 있지만,디젤의 경우 평균 30~40%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어하르트 부사장은 현대·기아차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디젤엔진(R엔진)에 보쉬가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R엔진은 보쉬의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장착했기 때문에 작동속도가 무척 빠른데다 연료 효율이 높고,소음이 적다"며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해 미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이 부분에서도 보쉬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