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로 출발했던 국내 증시가 다시 상승 반전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와는 딴판이다.

코스피 지수는 출발 후 1100 아래로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강한 복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12일 코스피 지수의 상대적 호조는 기관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의 힘 때문이다. 현재 프로그램은 차익 순매수가 1160억원, 비차익 순매수가 609억원으로 총 1770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점점 늘고 있다.

AIG 구제 확대, 패니매 실적악화, GM의 유동성 위기, 서킷시티 파산신청에 이은 스타벅스, 톨브라더스의 실적악화 등 미국의 경기침체의 골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은행과 건설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이 '흑기사'로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 이승재 선물담당 연구원은 "최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은 증권과 투신의 매수에 힘입어 베이시스가 호조를 보이며 차익거래가 매수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말 배당을 노린 매수도 유입되고 있고, 차익거래 펀드의 매수여력이 아직 1조원 정도 더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매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옵션만기 당일에 매물 출회 가능성이 있으나 약 2000억원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옵션만기를 넘기면 다시 매수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매수에 나서고 있는 개인도 또 다른 흑기사다. 현재 지수가 상승반전하자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초반 약세를 보일때 순매수하며 추가 하락을 막곤 했다.

같은 증권사 곽병열 연구원은 "10월 초기 반등을 연기금이 이끌었다면 11월 이후 중기 반등은 개인 투자자들이 선봉에 나서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가 전체 매수ㆍ매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5%대로 작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의 영향력 확대는 2003년 이후 4번째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수급공백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심리개선이 포착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도 "개인의 자금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단기적인 악재에 따라 흔들리는 물량 역시 줄어들 수 있어 향후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펀더멘털 개선'이라는 기초체력 없이 수급 요인에 따른 상승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달리 보자면 호재를 찾아볼 수 없고 악재만 쏟아지는 데도 투자심리가 나빠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물이 반이 비어 있는가 채워져 있는가의 문제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