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yskwon@lgdisplay.com>

요즘 우리 사회에는 새삼스럽게도 '소통'에 대한 담론이 유행이다. '소통'에 대한 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잘 안 이루어지고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통'은 단순한 의사 전달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필자도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객의 마음을,임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통감하곤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월급을 주면 자기 능력의 20%를 일하고,경쟁자보다 월급을 많이 주면 50%를 일하고,칭찬을 하면 80%를 일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면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한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청'이 중요하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잘 듣고 이해하며 상대방이 기대하고 있는 반응을 보여 주는 것인데,결국 남의 말을 얼마나 잘 들어 주느냐가 소통의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어느 거만한 경영자가 있었는데 난청이 있어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청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어 주는구나,나를 알아 주는구나' 하며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간 시간이 흘러,귀가 더 안 들리다 보니 이제는 눈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그 조직이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잘 듣는다는 것에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즉,듣기는 듣되 배우자가 하는 얘기를 건성으로 듣듯이 듣는 '배우자 경청',상대방의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특별하게 주의를 기울이거나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수동적인 경청',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반응을 해 주는 '적극적인 경청',적극적인 경청에서 더 나아가 말하는 사람의 느낌,감정,맥락까지 헤아리면서 듣는 '맥락적 경청'이 그 단계다.

권위주의적인 타성 때문에,혹은 부족한 시간 때문에,혹은 내가 하고픈 말을 하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마음으로 듣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맥락적 경청'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적극적인 경청'만큼은 꼭 실천하고자 노력할 때 '소통'의 길은 더 가까워질 것이며,이는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고객을 감동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