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국민들의 아이디어를 의욕적으로 공모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공모가 12일로 마감된 가운데 공모 게시판에 43건의 의견이 올라오는 데 그친데다 그나마 상당수는 지역 민원이나 정치적 성격의 제안이었다. 응모 과정에서 예결특위가 '민원성,특정 단체의 이익에 치우친 제안 등은 삼가달라'고 공지했지만 소용없었다.

동일한 사안으로 가장 많은 의견이 올라온 것은 전국교직원노조 등에 대한 지원금 중단 요구였다. 5명의 응모자가 '전교조와 좌파들의 시민단체에 지불되는 지원금을 중단하라''전교조 및 실천연대 같은 이적단체에는 보조금을 중단하라'는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지원금 삭감을 요구했다.

무안국제공항 확장 사업 요구도 4건 있었다. 동북아 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무안공항 이용률이 개항 1년 만에 크게 떨어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형적인 지역 민원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소방박물관 건립(3건),국가 인권위 해체 혹은 통폐합(2건),속초교도소 부지 매입비 삭감(2건) 등 이념성 민원성 요구가 주를 이뤘다.

특히 속초교도소 건설은 속초시가 추진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는 사업으로 관련 예산 삭감을 통해 민원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내실있고 지역 이기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심사를 위해 예산안 심의 전 과정의 생중계를 요구하거나 군 복무자들의 보수를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주장하는 등의 이색 아이디어는 소수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예결특위 관계자는 "공모 기간이 10일로 짧았던 데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못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예결특위는 우편과 팩스로 접수된 의견까지 취합해 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 뒤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