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서 많이 쓰이는 전략(strategy)은 원래 전쟁에서 나왔다.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까의 방법론이다. 까딱하면 몰살당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적을 물리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장수의 피할 수 없는 고독한 역할이다.
경제 위기 시대를 사는 경영자나 리더의 역할도 바로 이런 것이다. 성공하면 영웅이 되고,실패하면 억울한 패장으로 사라진다.
이 대목에서 음미해 볼 질문이 있다. 혼자서 10명의 적과 싸워서 이기는 장수가 훌륭한 장수일까,아니면 반대로 우리편 10명이 적 1명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나은 것일까. 영웅전을 떠올리며 1 대 10으로 싸워 이기는 장수를 높이 치겠지만 실제는 후자가 훨씬 훌륭한 장수다. 이길 수 있는 전쟁으로 만들어 놓고 싸워야 승리할 가능성도 아주 높은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로 칭송받는 이순신이 이기는 싸움을 벌인 대표적인 장군이다. 그는 40여차례 해전에서 3회를 빼고는 모두 숫자적으로 유리한 상태를 만들어놓고 전투를 벌였다. 1차 출전이었던 옥포해전을 예로 들면 91척의 배로 왜선 30여척을 상대해 한 척의 손상 없이 적선 26척을 침몰시켰다. 그는 유리한 장소와 시간을 주도적으로 선택했고,지형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배를 밀어붙여 육박전을 벌이는 적의 전투방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학익진을 펼치고 함포사격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의 이런 전략을 '먼저 이겨 놓고 나중에 싸운다'는 뜻으로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고 부른다. (임원빈 저,'이순신 승리의 리더십')
이순신은 간단히 말해 '이기기 쉬운' 전쟁을 만들어 놓고 싸웠다. 위기는 정신력만으로 극복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에서 이기기 쉬운 전쟁이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직원 행동요령이 간단하고 그 결과가 희망적인 것이어야 한다. 자기가 실천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고 그렇게 하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 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한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다그치기만 해서는 부하들이 더욱 불안해할 뿐이다.
기업에서의 승리는 이익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익의 공식은 바로 '매출-비용'이다.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출을 높이거나,비용을 낮추거나 하는 두 방향 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면 기존 매출이 정체 상태를 보이면 새로운 고객집단을 탐구하고,비용의 경우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못 줄이는 것이면 아예 더 싸게 할 수 있는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전사적으로 신사업 창출과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만 하면 우리 회사는 괜찮겠구나'하는 분위기가 회사에 형성되도록 게임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경영자와 리더의 몫이다. 별 표시도 안 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위대한 승리의 길이다. '손자병법'을 인용하면 "훌륭한 장수는 쉬운 전쟁에서 이기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장수가 거두는 승리는 화려해보이지도 않고 용맹스런 전공도 없다. "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