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의 재정ㆍ금융정책 수립 효율화를 위한 공청회를 갖기로 하면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조직개편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이 분리돼 있는 현 체제가 최근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주장이 많아 어떤 식으로든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금융조직 재편 공론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효율적 재정ㆍ금융정책 수립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14일 개최한다. 민주당은 경제부총리를 부활시켜 재정부가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금융감독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친 '금융감독청'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감독체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조직 개편은 정책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이 났는데 소방서를 뜯어 고치자는 얘기"라고 비유했다.

◆옛 재경원 안 vs 옛 재무부 안


정부도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조직 개편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재정부는 옛 재경원 안을,금융위는 옛 재무부 안을 선호하고 있다.

옛 재경원 안은 민주당 안처럼 예산 재정 세제 금융 등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모두 모아 신속하고 일관된 정책을 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거대 공룡 부처였던 옛 재경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권한이 집중되면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금융위는 재정부로부터 외환정책 등 국제금융과 국고국 업무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제만 빠진 옛 재무부 모델로 볼 수 있다. 재정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고 예산 세제 거시 등 경제부처 전반을 총괄하게 하는 방안이다. 단점은 과거 '모피아(재무부 관료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비난하는 표현)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옛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한 민간기구 형태를 바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영향을 받지 않고 시장 논리에 따라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감독규정 제ㆍ개정권을 갖고 있는 영국 금융감독청(FSA)과 같은 민간기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까지 포함,종합적 논의"

전문가들은 경제ㆍ금융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 지금은 논의 시기가 적절치 않으며,선진국들의 제도 개편을 지켜본 후 한국은행의 기능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제도가 바뀔 때마다 이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기 마련"이라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도 금융정책ㆍ감독 기구와 중앙은행 등에 대한 개편 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금융위기가 진정된 후 선진국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