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3.3% 성장 전망은 '강력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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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4.2%)보다 낮은 3.3%로 내다봤다.
하지만 KDI 연구진이 보고서를 작성해 인쇄ㆍ출간하는 동안에도 KDI가 전망의 전제(前提)로 삼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치(10월 3%→11월 2.2%)가 낮아질 만큼 대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정부 내에서조차 3%대 성장률은 '강력한 희망'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KDI는 12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KDI 전망대로라면 올해 시작된 불경기가 내년 봄 절정에 이를 정도로 '추운 겨울'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KDI는 상반기에는 선진국 경기 침체로 수출길이 막히고 물가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고용 악화 등으로 민간소비가 둔화하면서 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으로 봤다. 투자마저 부진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기로 한 건설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뒷걸음질 내지 1% 안팎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품 수출이 회복세(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를 보이고 내수 경기도 다소 반등하면서 민간 소비가 3.9%까지 살아나고 투자도 3%대를 회복해 성장률이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역시 수출은 연간 증가율이 한 자릿수(5.2%)로 떨어지는 등 크게 늘지 않겠지만 유가 하락(배럴당 70달러 내외 예상) 영향으로 수입액이 더 많이 줄어 연간 8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KDI는 내년 기름값이 올해 평균 유가(100달러)보다 30%가량 떨어지면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15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82억달러 적자에서 단숨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KDI의 예상은 "상황을 너무 장밋빛으로 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DI는 IMF의 10월 전망치에 따라 내년 선진국 경기가 0.5% 성장하고 미국 역시 0.1%라도 경제 규모가 커진다고 가정하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IMF는 11월 들어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마이너스'로 돌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의 극심한 불황이 적어도 2~3년은 갈 것이란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내년 하반기 경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정택 KDI 원장도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기준 금리도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며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정부의 위기 해소 노력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내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부진이다. KDI 스스로도 최근 늘어나는 실업자의 특성을 '남자ㆍ핵심 근로 연령대(30~50대)'로 분석했다. 한 가구를 책임지는 주축 계층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신규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비정규직 자리조차 없어 구직을 연기하거나 단념하고 있다. 소비 유발 효과가 높은 청년층의 소득 형성 시점이 자꾸만 뒤로 미뤄지는 것은 경기 침체의 여파가 더 길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장기 내수 불황'의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조동철 KDI 거시ㆍ금융경제연구부장은 "재정 건전성에 무게를 둬 온 KDI가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을 '잘했다'고 평가하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그만큼 경제 여건이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하지만 KDI 연구진이 보고서를 작성해 인쇄ㆍ출간하는 동안에도 KDI가 전망의 전제(前提)로 삼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치(10월 3%→11월 2.2%)가 낮아질 만큼 대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정부 내에서조차 3%대 성장률은 '강력한 희망'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KDI는 12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KDI 전망대로라면 올해 시작된 불경기가 내년 봄 절정에 이를 정도로 '추운 겨울'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KDI는 상반기에는 선진국 경기 침체로 수출길이 막히고 물가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고용 악화 등으로 민간소비가 둔화하면서 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으로 봤다. 투자마저 부진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기로 한 건설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뒷걸음질 내지 1% 안팎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품 수출이 회복세(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를 보이고 내수 경기도 다소 반등하면서 민간 소비가 3.9%까지 살아나고 투자도 3%대를 회복해 성장률이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역시 수출은 연간 증가율이 한 자릿수(5.2%)로 떨어지는 등 크게 늘지 않겠지만 유가 하락(배럴당 70달러 내외 예상) 영향으로 수입액이 더 많이 줄어 연간 8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KDI는 내년 기름값이 올해 평균 유가(100달러)보다 30%가량 떨어지면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15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82억달러 적자에서 단숨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KDI의 예상은 "상황을 너무 장밋빛으로 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DI는 IMF의 10월 전망치에 따라 내년 선진국 경기가 0.5% 성장하고 미국 역시 0.1%라도 경제 규모가 커진다고 가정하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IMF는 11월 들어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마이너스'로 돌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의 극심한 불황이 적어도 2~3년은 갈 것이란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내년 하반기 경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정택 KDI 원장도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기준 금리도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며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정부의 위기 해소 노력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내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부진이다. KDI 스스로도 최근 늘어나는 실업자의 특성을 '남자ㆍ핵심 근로 연령대(30~50대)'로 분석했다. 한 가구를 책임지는 주축 계층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신규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비정규직 자리조차 없어 구직을 연기하거나 단념하고 있다. 소비 유발 효과가 높은 청년층의 소득 형성 시점이 자꾸만 뒤로 미뤄지는 것은 경기 침체의 여파가 더 길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장기 내수 불황'의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조동철 KDI 거시ㆍ금융경제연구부장은 "재정 건전성에 무게를 둬 온 KDI가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을 '잘했다'고 평가하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그만큼 경제 여건이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