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들의 은행 및 제2금융권 신규 여신이 전면 중단되고 신용도가 좋은 대기업 그룹들마저 대출연장 기간이 1년에서 1개월로 축소되는 등 산업계의 '돈맥 경화' 현상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경제단체와 금융기관들이 13일 긴급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12일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달러는 물론 원화유동성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대기업 그룹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금융기능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특히 90일물 이상 수출환 어음의 경우 거래가 전면 중단됐고,수입도 신규 유전스 개설이 거의 중단되는 등 무역금융이 사실상 마비돼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색일로 치닫는 자금 시장

은행 및 제2금융권은 무역금융 등의 신용공여 한도 축소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자 신용도에 관계없이 중견그룹에 대한 신규 여신을 중단한 상태다. 신용도가 좋은 일부 그룹들은 대출 연장이 가능하지만,기간은 1년에서 1개월로 대폭 축소됐다.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이다. 무역금융은 중단됐고 대출 때 담보를 요구하는 금융권의 행태는 여전한 상황이다.

미분양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는 유동성 지원을 금융권에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만기도래 때 해당 기업의 신청 절차 없이 대주단이 평가(A∼D등급)해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도 감면해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금융은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90일물 이상 수출환어음은 거래가 중단됐고 90일물 이하는 한도가 크게 축소된 상태다. 수입의 경우 9월부터 신규 유전스 개설은 거의 중단됐다.

키코(KIKO,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로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지원책도 요구되고 있다. 지원 규모가 키코 손실액을 밑도는 만큼 실효성있는 지원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키코 손실액을 장기저리 대출로 전환하고 키코 관련 기업의 자금만기도 연장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머리 맞대고 해법 찾는다

경제단체와 금융계는 산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고 금융경색이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선다.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되는 '경제단체장ㆍ시중은행장 조찬간담회'에서는 유동성 지원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 7명이 참석한다. 금융계에서는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 회장,민유성 산업은행장,진동수 한국수출입은행장,윤용로 기업은행장,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김태영 농협신용 대표,장병구 수협신용 대표 등과 7개 시중은행장이 자리를 함께한다.

박기호/김동민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