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격이 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현저히 비싼 건 일부 딜러(판매업체)들의 판매가격 할인한도와 거래조건 담합 때문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중순 이 같은 자료를 내놓으며 BMW와 렉서스 딜러들에게 2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딜러는 협의회를 만들거나 모임을 통해 차종별 가격할인 한도와 딜러별 판매지역 및 거래조건 등을 공동으로 정하고,위반 여부를 서로 감시ㆍ제재키로 공모하는 등 명백한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

딜러들은 담합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담합 이후에도 실제 판매현장에선 합의가 정확히 지켜지지 않아서다. 더구나 딜러 간 과도한 경쟁에 따른 지나친 가격할인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돼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던 고육책이었다는 점을 깡그리 무시한 공정위 처사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딜러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다고 비유한다. 당초 공정위가 칼을 빼들고 쳐들어간 곳은 수입사들이었다. 벤츠,BMW,아우디,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의 국내 수입회사들이 외국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차를 판매하는 게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는 신고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수입사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제품의 가격 책정은 그 회사의 고유권한이니 시비를 걸 수가 없었다.

공정위는 빼든 칼을 그냥 집어넣기엔 쑥스러웠다. 무라도 자르는 심정에서 딜러들을 들쑤셨다. 순진한 딜러들은 "별 것 아니다"라는 공정위측 말만 믿고 원하는 자료를 다 내준 끝에 처절한 배신(?)을 당한 것.반면 공정위는 "한 건 했다"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새우등만 터진 셈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서비스 공임 등 전반적으로 모든 항목에서 비싸다. 수입사들은 판매대수가 적기 때문에 적절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지만,변명에 불과한 대목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수입사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대안을 찾아야지,딜러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건 무리였다고 판단된다. 왜일까?

공정위가 원하는 대로 자동차가격이 시장에서 파는 콩나물처럼 딜러별로,지역별로 제각각이면 소비자에게 이득일까,손해일까. 공정위는 이득이란 관점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지만,이는 하나만 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판매가격 자유화는 수입사,딜러,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를 안겨준다.

먼저 수입사는 들쭉날쭉인 판매가격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진다. 당연히 중고차시세도 엉망이 된다. 딜러는 어차피 할인제한폭이 없어진 만큼 다른 딜러와 비교하며 흥정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보면서도 팔게 된다. 딜러 입장에선 수익이 나야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데,이 경우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포기해야 한다.

소비자는 차를 산 후에도 항상 꺼림직하다. 자기보다 10만원이라도 더 싸게 차를 샀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상하고,금액 차이가 너무 크게 나면 분통이 터져 나중엔 그 차에 대한 정이 떨어지기도 한다.

공정위도 알다시피 이번 과징금을 부과받은 딜러들은 "한 푼도 깎아주지 말자"거나 아니면 "권장소비자가격보다 비싸게 받자"가 아니라 "최소한 이 정도 이상은 할인하지 말자"는 합의를 한 것이다. 그래야 적정한 수익을 남겨 회사도 운영하고,직원도 먹여 살리며,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도 펼칠 수 있어서다.

어쨌든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시장 전체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시장친화적인 거래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연…그럴까?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