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 양산화까지 우여곡절 많았죠

車 넘어선 다양한 디자인 하고파


"휴대폰 등과 달리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는 안전성을 많이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 점이 디자인의 한계 요소로 작용하지만 도전하는 정신으로 풀어 보려고 합니다. "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에서 차량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유보라 연구원(30)은 기아디자인 선행연구 태스크포스팀(TFT) 소속이다. 지난 9월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쏘울의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했다.

유 연구원은 자동차 디자이너이지만,요즘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휴식공간'으로 진화하면서 가전과 자동차 간 디자인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와 일본 도쿄에서 열린 CEATEC 전자전에 다녀왔어요. 자동차는 안전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전자 신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인데,최근들어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발빠르게 적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자동차에 신기술이 적용되면 디자인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죠."

유 연구원은 쏘울의 탄생 비화도 소개했다. 쏘울은 수년 전 컨셉트카 형태로 선보였을 때 양산 모델이 아니란 판정을 받았다. 판매를 위한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때 디자인팀을 비롯한 일부 부서에서 '쏘울 양산론'을 강하게 폈다. 그는 "쏘울은 파격적인 컨셉트카 디자인을 양산 모델에 그대로 반영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유 연구원은 지금 타고 다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조만간 쏘울로 바꿀 계획이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에 관여한데다 개성을 드러내기에 쏘울만큼 좋은 모델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쏘울 디자인은 외국에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잘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디자인총괄 부사장인 피터 슈라이어씨에 대해 물어봤다. 유 연구원은 "슈라이어 부사장은 디자이너들과 수시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기아차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활발한 토론을 벌인다"고 전했다.

그의 꿈은 영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다. "외국에선 산업디자이너가 가구와 패션,건축,제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영역 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