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와락 안길때 내 눈물도 와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인 정끝별씨(44)의 네번째 시집 <와락>(창비)은 <불멸의 표절>이라는 시로 시작한다.
'난 이제 바람을 표절할래/ 잘못 이름 붙여진 뿔새를 표절할래/ 심심해 건들대는 저 장다리꽃을/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이 싱싱한 아침냄새를 표절할래/ …(중략)/ 조금은 글썽이는 미래라는 단어를/ 당신도 나도 하늘도 모르게 전면 표절할래/ 자,이제부터 전면전이야.'
정씨는 이 시집에서 '표절'의 수단으로 부사를 택했다. 정씨는 "부사의 상태성이 삶을 잘 드러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문장으로 하면 길어지지만 부사로 하면 간결하게 만사가 포괄된다"고 설명했다.
표제작 <와락>은 제목부터 부사다.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세상의 등뼈>에서는 '한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이라며 사랑을 이야기하고,<구름포에 걸린 구름>에서는 홍대 앞 젊은 문화를 말하고,<끝에 선 나무들>에서는 '그러니 21세기여/ 우리 너무 깊이 사랑하지 말자'고 두려움을 토로한다. 그렇게 '잘 익은 시에서 풀썩이는 숨소리가 들리는 이유/ 모든 숨에 소금기가 배어나는 이유'(<내 처음 아이> 중)까지 들려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난 이제 바람을 표절할래/ 잘못 이름 붙여진 뿔새를 표절할래/ 심심해 건들대는 저 장다리꽃을/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이 싱싱한 아침냄새를 표절할래/ …(중략)/ 조금은 글썽이는 미래라는 단어를/ 당신도 나도 하늘도 모르게 전면 표절할래/ 자,이제부터 전면전이야.'
정씨는 이 시집에서 '표절'의 수단으로 부사를 택했다. 정씨는 "부사의 상태성이 삶을 잘 드러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문장으로 하면 길어지지만 부사로 하면 간결하게 만사가 포괄된다"고 설명했다.
표제작 <와락>은 제목부터 부사다.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세상의 등뼈>에서는 '한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이라며 사랑을 이야기하고,<구름포에 걸린 구름>에서는 홍대 앞 젊은 문화를 말하고,<끝에 선 나무들>에서는 '그러니 21세기여/ 우리 너무 깊이 사랑하지 말자'고 두려움을 토로한다. 그렇게 '잘 익은 시에서 풀썩이는 숨소리가 들리는 이유/ 모든 숨에 소금기가 배어나는 이유'(<내 처음 아이> 중)까지 들려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