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귀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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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목돈마련을 위해 쉽게 빠져드는 계(契)가 파산됐을 때,드라마나 영화에서 전개되는 패턴이 있다. 계주가 도망을 가면 어머니는 망연자실하게 마당에 주저앉아 통곡을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괜한 짓을 했다'며 꾸짖는다. 계원들은 백방으로 계주를 찾아 나선다.
문밖만 나서면 금융회사가 즐비한데도 아직도 계가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우선 몇명만 모여도 목돈만들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돈이 급한 사람은 먼저 타서 좋고,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다렸다가 이자를 뜸뿍 받을 수 있으니 좋다. 게다가 돈의 출처를 비밀에 부칠 수 있고,한푼의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니 가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라 할 만하다.
가장 보편적인 계는 번호계와 낙찰계다. 번호계는 제비뽑기를 해서 순번을 정하는 계인데,계주가 지명하기도 하고,곗날에 모여 다음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 낙찰계는 이자를 제일 많이 써낸 사람에게 곗돈을 먼저 주는 방법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어서 위험성 또한 높으나,이자가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아 돈있는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얘기다.
요즘 서울 강남에서 '다복회'라고 하는 귀족계가 깨져 야단이 났다. 300명의 계원에 운영자금만 2200억원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계원들의 면면도 화제지만,한번에 붓는 곗돈이 수억원도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도 재산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거나,대중스타 등 공인들이 다수 끼어 있어 공개를 꺼린다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이다.
사실 계는 상부상조하는 우리 민족의 따뜻한 풍습이었다. 돈이 많이 드는 혼인과 장례를 위한 혼상계,둑을 축조하고 수리(水利)를 위한 제언계(堤堰契),친목을 위한 동갑계나 노인계,종중계 등 그 종류는 이루 셀 수 없이 많았다.
재테크한답시고 고수익을 좇아 분별없이 만든 사설계가 깨지면서 종종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문밖만 나서면 금융회사가 즐비한데도 아직도 계가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우선 몇명만 모여도 목돈만들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돈이 급한 사람은 먼저 타서 좋고,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다렸다가 이자를 뜸뿍 받을 수 있으니 좋다. 게다가 돈의 출처를 비밀에 부칠 수 있고,한푼의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니 가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라 할 만하다.
가장 보편적인 계는 번호계와 낙찰계다. 번호계는 제비뽑기를 해서 순번을 정하는 계인데,계주가 지명하기도 하고,곗날에 모여 다음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 낙찰계는 이자를 제일 많이 써낸 사람에게 곗돈을 먼저 주는 방법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어서 위험성 또한 높으나,이자가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아 돈있는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얘기다.
요즘 서울 강남에서 '다복회'라고 하는 귀족계가 깨져 야단이 났다. 300명의 계원에 운영자금만 2200억원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계원들의 면면도 화제지만,한번에 붓는 곗돈이 수억원도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도 재산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거나,대중스타 등 공인들이 다수 끼어 있어 공개를 꺼린다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이다.
사실 계는 상부상조하는 우리 민족의 따뜻한 풍습이었다. 돈이 많이 드는 혼인과 장례를 위한 혼상계,둑을 축조하고 수리(水利)를 위한 제언계(堤堰契),친목을 위한 동갑계나 노인계,종중계 등 그 종류는 이루 셀 수 없이 많았다.
재테크한답시고 고수익을 좇아 분별없이 만든 사설계가 깨지면서 종종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