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병과 팩 등 포장용기를 제조하는 자회사 두산테크팩을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40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테크팩은 지난 9월 ㈜두산이 물적분할한 회사다. ㈜두산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의했다. 매각대금중 차입금 1992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2008억원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산사업부문 물적 분할에 이어 테크팩 매각이 이뤄짐에 따라,두산그룹의 전방위적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두산의 사업 구조조정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몸집을 줄이는 동시에 지난해 미국 건설장비회사인 밥캣을 인수하면서 소요 자금을 조달한 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 등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선 ㈜두산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소비재 사업부문 축소'와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그룹의 중ㆍ장기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그룹의 체중을 감량하고 현금을 확보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두산은 최근 물적 분할을 단행한 출판사업도 곧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비재 부문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 등도 일부 사업부 및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이사회를 통해 방산사업부문 물적 분할을 결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전투장갑차와 지대공 유도무기,함포 등을 생산하고 있는 방산사업부문을 떼어내 매각을 추진,유동성 논란을 잠재운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22% △인천공장 부지 △여의도 사옥 등의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밥캣 인수에 참여한 두산엔진도 STX 지분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재계는 두산이 1995년부터 추진해온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두산은 당시 그룹 100주년을 앞두고 3M,코닥,네슬레 등의 지분을 매각했으며 1997년 말에는 주력사업인 음료사업을 코카콜라에 양도했다. 2001년에는 그룹의 상징이었던 OB맥주 지분(45%)까지 정리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사들였다.

장창민/안재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