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한 남북 당국 간 직통전화 라인을 중단시켰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매일 오전 9시에 판문점에서 시험 통화를 하는데 오늘 아침 북측이 받지 않았다"며 "북측 연락사무소 대표가 철수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날 예고한 대로 단계적 대남 압박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북측에 통신 장비 제공을 제안하고 공개적 대화를 촉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 과거와 같은 통미봉남 전술이 먹히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는 등 다각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검증의정서가 북핵 6자회담에서 채택되지 않을 경우의 조치에 대해 "테러지원국 해제 복원에 대해서도 미국이 먼저 언급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시료 채취 거부로 검증안이 채택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이 복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북한에서 수위를 높이면 통미봉남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 달래기 전략도 병행했다. 국방부는 이날 서해지구 군 통신망 정상화를 위한 자재.장비 제공 문제를 협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국방부는 남북장성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권오성 정책기획관(소장) 명의로 북측 단장인 김영철 중장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이같이 제의하고 '남과 북에 이익이 되는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협력사업을 계속 유지.발전시키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자재.장비를 언제 어디에서 인도인수해야 할지,공사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군사분계선에서는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등에 대한 실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2000년 동케이블로 개설된 서해선은 노후화로 불통이며 이를 광케이블로 교체해 통신 불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이 협의를 제의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요청해온 서.동해선 북측지역의 통신연락사무소 건설을 위한 자재를 제공하기로 정부의 방침이 결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성공단입주기업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북한이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선량한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고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다면 곤란하다"며 "북의 통행 제한 조치는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강한 압박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