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만찬주 국산 '마주앙'
백화점·호텔서도 저가 인기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열린 지난 1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의 애스톤하우스.이날 호스트를 맡은 최태원 SK 회장은 만찬 건배주로 중저가 와인인 '마주앙 마고 2005'(레드·5만8000원)와 국산 '마주앙 스페셜 화이트 2004'(화이트·1만3800원)를 내놨다. 과거 회장단 만찬에 200만~300만원의 1등급 와인 '샤토 라투르 1982'나 30만원이 넘는 '코스 데스투르넬'이 등장했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대기업 회장들의 건배주로 1만원대 와인이 등장하는 등 최근 경기침체가 국내 와인 소비 트렌드를 바꿔놓고 있다. 백화점,호텔 등에선 고객들의 와인 구매액이 뚝 떨어졌고,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하우스 와인(한 잔씩 판매)을 찾는 실속형 고객들이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지난달 1인당 와인 평균 구매액이 3만5000원으로 1년 전(5만원)에 비해 30%나 감소했다. 10만원 미만 중저가 와인 매출은 63.3% 증가한 반면 10만원 이상 고가 와인 매출은 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와인숍에서도 선물용으로 지난해 한 달에 30병씩 팔리던 '샤토 탈보 2004'(16만4000원)가 지난달에는 10병 미만으로 급감한 대신 5만7000원짜리 칠레의 '만소 데 벨라스코'가 40병가량 팔려 1위를 차지했다.

호텔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프랑스산 '알록스 코르통 2006'(12만원) 등 10만원 안팎의 와인이 잘 나갔지만 최근에는 질보다 가격부터 따지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송민정 와인숍 '델리' 지배인은 "와인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하지만 아르헨티나산 '테라자스 리제르바 말벡'(2만4000원)등 신대륙의 중저가 와인이 주로 나간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