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치료제 등 평가대상 확대

고지혈증치료제 약값이 내년부터 평균 20%가량 깎일 전망이다. 고지혈증치료제 시장 규모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약가 인하 조치로 건강보험 재정이 건실화되는 동시에 환자들도 약값 부담을 다소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졸지에 관련 매출과 순이익이 20%나 깎이게 된 제약사들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인다는 일념으로 진행된 '제약사 숨통 조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2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고지혈증치료제에 적용하는 건강보험 약값을 심바스타틴 20㎎ 제제의 평균 가격인 1정당 838원으로 낮추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5월 성분별로 약값을 22.6~35.9%씩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으나,최종안에서는 838원보다 비싼 약에 대해서만 약값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방침을 바꿨다.

심평원 관계자는 "시판 중인 고지혈증치료제들의 효능을 비교시험한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효능에 차이가 없는 만큼 가장 저렴한 심바스타틴 제제의 평균 보험약가를 상한선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바스타틴 제제는 오리지널 제품인 MSD의 '조코'에 대한 특허가 만료된 뒤 다양한 복제약이 나오면서 평균 가격이 정당 838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노바티스의 '레스콜'(성분명 풀로바스타틴)과 중외제약의 '리바로'(피타바스타틴) 등 다른 제제로 만든 오리지널 신약들의 가격도 정당 838원에 맞춰 20~30%가량 인하된다.

다만 화이자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의 경우 심바스타틴 20㎎보다 LDL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판명돼 약값을 정당 916원까지만 인하키로 했다.

당초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니었던 심바스타틴 제제의 경우 최종안에 전격 포함되면서 오리지널인 조코(정당 1219원)를 비롯해 정당 838원이 넘는 60여개 복제약 가격이 일제히 떨어지게 됐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심평원의 평가 기준이 시시각각 바뀐다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평가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약가 재평가를 강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행정소송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2월 또는 내년 1월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지혈증 약가 인하 방안을 최종 확정한 뒤 고혈압치료제 골다공증치료제 등으로 평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고지혈증치료제를 시작으로 2011년까지 49개 약효군 1만6529개 품목에 대한 약가 재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