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ㆍ대만 기업과 패널 수출價 담합 혐의
LG "5년간 분할납부 … 유동성 문제없다"

LG디스플레이가 미국에 LCD 패널을 수출하면서 경쟁 수출업체들과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사상 두 번째로 큰 4억달러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LG에 이어 삼성전자도 비슷한 혐의로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최근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EU(유럽연합),일본 등도 같은 혐의로 LCD 업체들에 대한 담합 과징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상황이다.

◆日ㆍEU서도 조사 나서

미국 법무부는 LG디스플레이,일본 샤프,대만 CPT 3개사가 가격담합에 대한 혐의를 인정해 각각 4억,1억2000만,6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에 부과된 과징금 4억달러는 미 법무부가 부과한 반독점 관련 과징금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며 한국 기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다. 이전까지는 대한항공과 삼성전자에 화물기 운임 담합과 D램가격 담합 혐의로 각각 3억달러의 과징금을 물린 게 최대였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LCD 패널 업체 관계자들이 수시로 만나 모니터와 노트북,TV,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LCD 패널 가격을 상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의 담합으로 인해 애플,델,모토로라 등 미국 업체들과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LCD 업계의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는 한국과 미국,EU,일본 등 주요 국가 공정거래 당국의 공조 아래 2006년 12월 시작됐다. 미국 법무부는 2001년 9월 말부터 2006년 1월 초까지 담합으로 인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산정,과징금 액수를 결정했다.

◆과징금 5년간 분할 납부키로



LG디스플레이는 이날 과징금을 5년간 분할 납부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과징금 전액을 2008회계연도에 반영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따라 4억달러에 달하는 과징금이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실적에서 영업외 손실로 반영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4분기는 과징금 지출액이 회계에 잡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3분기까지 2조원가량의 이익을 얻어 현금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는 일단 과징금 부과액에 대한 합의가 끝난 업체들만 공개했다. 삼성전자,AUO,CMO 등 발표 대상에서 제외된 업체들은 현재 과징금의 규모를 놓고 미국 법무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등 3개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이 매출 규모에 비례한다"며 "삼성전자도 LG디스플레이와 엇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과징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업황 부진에 과징금까지 '사면초가'



EU와 일본도 LCD 업계에 과징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전례를 감안할 때 EU와 일본이 미국처럼 많은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될 경우 LCD 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게 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업계 1,2위 업체로 세계 각국의 경계대상"이라며 "업체별로 최대 1조원 정도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상반기 말부터 경기침체 영향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LCD 가격은 지난 9월 말~10월 초 제자리 수준을 지켰다가 4분기가 지나면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 3분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AUO 등 상위 3개사를 제외한 모든 LCD 업체들이 일제히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 관계자는 "모니터와 노트북용 LCD 패널 가격은 10월에 비해 6~7%,TV용 패널은 3~4%가량 추가로 하락했다"며 "LCD 패널 가격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등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이 4분기와 내년 초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