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역금융의 경색 현상도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무역자금의 유동성 부족사태를 빚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은 12일 제네바에서 무역금융 관련 특별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개월간 세계 무역자금 사정이 악화됐으며 향후 수개월간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4조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무역액 가운데 90%가 무역금융을 통해 지원되는데 최근 유동성 부족사태가 빚어져 자유무역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 업체의 무역 금융 조달 비용도 치솟고 있다. 수출입에 필요한 자금 대출 등에 붙은 금리는 6개월 전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에 평균 0.8%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최근엔 5%포인트를 더한 수준까지 급등했다. 6개월 새 6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무역금융이 얼어붙으면서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물물교환에까지 나서고 있다. 태국과 이란정부는 조만간 태국산 쌀과 이란산 원유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란이 수입대금 지급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라미 총장은 "당면한 무역자금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세계 무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무역금융 분야의 위기상황이 얼마나 깊고 오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WTO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위기 해결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특별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들은 무역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돕는 것이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각국이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