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BB+이상 채권에만 투자 … "시장 숨통 트일듯"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채권시장의 경색이 그만큼 심각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내에 기관별 투자규모,펀드운용 주체,정부의 신용보강 방안 등을 확정한 최종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 펀드가 조성되는 즉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상업성 최대한 고려

채권시장 안정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2002년 대우채 사태 때의 채권시장 안정기금과 유사하다. 당시는 대우채가 주요 편입대상이었다. 은행들이 주체가 돼 2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채권시장 안정펀드는 상업성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점에서 채권시장 안전기금과 큰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금융채 회사채 여전.할부채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 등 모든 채권을 투자대상으로 하지만 신용등급 BBB+ 이상 채권에만 투자할 예정이다. 또 투자손실을 줄이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일부 채권에 보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펀드 운용도 민간투자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투자메리트가 있는 채권을 우선적으로 편입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아직까지 관련 부처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고 기관투자가 등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설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해 자금이 조성되는 대로 신속히 시장에서 채권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채권시장 경색 완화될까

일단 채권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우량기업과 수출기업 등의 회사채를 기초로 한 프라이머리CBO도 인수하고 회사채펀드의 환매요구 증가시에는 펀드가 매도하는 회사채 물량도 사들임으로써 시장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의 역할이 미비해 결국 산업은행 연기금 등 정부 관련 기관이 나서게 된 것"이라며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매입하면 채권시장 경색이 완화되는 등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용등급 BBB+ 이상의 채권만 매입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소외된 채권들은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산은과 연기금이 자금조성에 나선다고 하지만 은행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얼마만큼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오래 지속된다면 펀드를 추가로 조성해야 할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민간 금융회사들의 참여는 더 어려울 것이고 산은이나 연기금의 자금 투입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