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야 잘 산다. 요즘은 두 사람이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하나만 시키고 밥 두 공기 시켜 나눠먹는 알뜰 족이 늘어난다는데 워낙 불경기라서 그거라도 팔 욕심에 주인은 눈을 흘기지 않는다고 한다. 내일이 불확실하니 돈이 있어도 선뜻 쓰기 어렵고 누구네 집이라고 할 거 없이 씀씀이를 줄이는 지금이지만 안 아껴도 되는 걸 아끼는 바보들이 있다. 경제 걱정 안 하고 열심히 퍼 써도 되는 것이 하나있다면 그건 바로 남자의 정액이다.

밤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자주 하면 일찍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참는 어설픈 똑똑이들. 말도 안 되는 왜곡된 지식 때문에 굶고 살거나 사정을 참고 사는 이들은 딱하고 안 됐다.

"옛날 왕들을 봐. 왕들은 허구 헌 날 여자들만 밝히다가 다들 일찍 죽었잖아. 그 눔의 것 너무 좋아하다가는 골로 가는 수가 있어."

그런데, 미안하지만 옛날의 왕들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일찍 죽지 않았다. 고려시대 서른 네 분 왕들의 평균수명은 42세였고, 조선시대 평민들은 백일도 안 돼 죽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라 평균수명이 28세밖에 안 됐지만, 스물 일곱 분 왕들의 평균수명은 47세였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조선팔도에 좋다는 음식은 다 드셨으니 그것보다 더 오래 사실만 한데 40대에 돌아가신 이유는 영양의 과다 섭취, 운동 부족, 절제부족,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잘못된 지식이 떠도는 근원지는 소녀경이다. 황하유역의 지혜롭고 총명했던 황제가 말년의 발기부전 증세로 세상사는 맛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 소녀가 황제에게 연명장수(延命長壽)의 비결과 방중술에 대해 가르쳐 준 것을 엮은 책이 소녀경이다. 소녀경의 대표적인 섹스 테크닉은 다접(多接)하되 사정하지 않아야 장생할 수 있다는??접이불루(接而不漏)??다.

"사정을 참으면 좋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남편은 열심히 하다가 마지막에 확 빼 버리니 저는 김이 팍 새고 영 찝찝하죠. 그래서 하기 싫어요. "

남자는 사정하기 위해 섹스를 한다. 그런데??하되, 하지 않는 것??을 실천하려면 좋아 미치겠는 찰나에 바깥으로 탈출해야 하니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접이불루를 반복하면 성적 스트레스가 쌓이고 성 부속 기관에 울혈이 생겨 정액이 고환이나 전립선 주위에 고여 주위조직을 압박하는 통증이 생기고, 정낭이 부풀고 전립선염이나 부고환염이 생기게 되어 오줌소태에 시달리게 된다. 성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건강을 해치는 오류를 범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소녀경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꿀맛을 다 본 남성은 잔치 뒤의 허전함처럼 한참동안 성적으로 전혀 반응하지 않지만, 사정을 참으면 불감응기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성적 자극에 다시 신나게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접이불루를 확실하게 뒷받침해주는 이야기가 정액 한정설인데, 남자의 정액량은 한계가 있어 그것을 다 사용하고 나면 죽을지도 모르니 아껴 써야 된다는 말로, 중국에서는 한 사람 당 평생 1말의 정액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였다. 한번 성관계를 할 때마다 곶감 꽂이에서 곶감 빼먹듯 빠져나가니 사정을 참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정액은 고환과 전립선과 정낭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이다. 끊임없이 만들어지지만 주인님(?)이 자주자주 사용하지 않으시면 몸 속으로 흡수되어 버리거나 몽정을 통해 밖으로 배설되기도 한다. 마냥 안 쓰고 아낀다고 아껴지는 것이 아니라 저축한 사정액들은 요즘 펀드처럼 엉뚱한 데로 솔솔 빠져나가는 것이다.

소녀경은 황제를 위한 교과서이다. 자고 나면 사랑해 줘야 할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린 황제를 위한 성 지침서이므로 우리 같은 평민들과는 처지가 사뭇 다른데 그걸 흉내내다니 기가 찬 일이다. 어떤 남성이 그토록 사랑해 줄 여자들이 줄을 섰단 말인가. 소녀경에 얽매어 참고 사는 헛똑똑이들은 이제부터라도 확확 빼내야 한다. 퍼서 쓰면 또 생기고 또 퍼 쓰면 또 나오는 샘물, 마냥 고여있는 기운 빠진 정자를 내보내야 싱싱한 정자와 정액이 또 생긴다. 그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힘닿는 데까지 풍풍 퍼 쓰며 열심히 해야 친척 같은(?) 아내랑 더 젊게,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