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바닥은 확인한 것 아냐?" "아직 불안해…."

증시가 지난달 말 공포 국면에서 벗어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가가 바닥을 찍었는지에 쏠리고 있다. 아직 주식보유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은 손절매 타이밍을 고심 중이고,이미 주식을 팔아치운 투자자는 투자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달 저점이 다시 위협받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증시 바닥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신용경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의 뇌관을 건드릴 악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자신있게 바닥을 주장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10월 저점 깨지기 어려울 듯"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4일 기록한 저점인 938.75(종가 기준)를 뚫고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예상이다. 설령 저점이 깨지더라도 전 저점에서 크게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과거 증시 하락기와의 비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증시엔 △3저(유가 금리 달러)호황기의 버블 붕괴(1989년 4월∼1992년 8월) △과잉투자와 외환위기(1994년 11월∼1998년 6월) △IT(정보기술 )버블 붕괴(2000년 1월∼2001년 9월) △카드사태(2002년 5월∼2003년 3월) 등의 주가 하락기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이번 하락기엔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전고점 대비 54.5% 빠졌다. 이는 외환위기 때(―75.4%)를 제외하면 주요 하락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7.4배로 IT버블 붕괴(5.5배)와 카드사태(6배) 때에 근접해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과거 하락기(0.62∼0.75배)에 바짝 다가선 0.86배 수준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실적 전망치가 추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PER와 PB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로는 주가가 비싼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삼아도 현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PS 증가율을 '0%'로 잡아도 적정 코스피지수는 1320선"이라고 설명했다.

채권과 비교한 주식의 투자매력을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도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식투자로 기대되는 수익률(주가수익비율인 PER의 역수)에서 채권투자의 수익률(국고채 3년물)을 뺀 일드갭이 8.4%포인트까지 치솟은 상태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것이 2000년 이후 평균적인 일드갭인 6.5%포인트로 낮아지려면 코스피지수가 1300대 중반까지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인 항복·2중 바닥'은 아직 안 나타나

밸류에이션 지표 같은 분석적 도구와 달리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설득력 있는 '바닥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개인의 항복'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이 투매양상을 보이면서 대거 증시에서 이탈할 때가 진정한 바닥인데 개인은 여전히 매수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말 개인이 엿새 동안 순매도를 보인 것을 두고 '항복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지만,순매도 금액이 많지 않았고 이달 들어 장중에 활발한 순매수를 나타내는 걸 보면 항복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중 또는 3중 바닥'을 이뤄야 '진 바닥'이 보인다는 증시 속설도 아직 입증되지 않고있다. 코스피지수가 전 저점인 938선 안팎까지 다시 한번 내려가야 2중 바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신용경색과 부동산 PF 부실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연이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바닥을 단언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