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대신 비은행권의 소비자금융 부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구제금융 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중국 은행들에 불똥이 튀게 생겼다고 중국증권보가 14일 보도했다.

중국 은행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잠재 부실채권이 늘고 있는 데다,미국의 구제금융 방식 변경으로 외화 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실채권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중국증권보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인용,미국 정부가 금융사의 부실자산을 사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 은행들의 보유자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이들 자산을 보유한 중국 은행들로서는 투자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행 공상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의 주요 국영은행들이 갖고 있는 외화표시 채권(미 국채 및 양대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채권 제외) 규모는 9월 말 현재 166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는 모기지증권 부채담보부증권(CDO) 등도 포함돼 있다.

외화 자산의 부실화는 중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겹치면서 중국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HSB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교통은행의 순익 전망치를 33% 낮추고,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차오상은행 등 중국 상장 은행들의 순익 전망치를 17∼23%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말까지 세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부실채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이유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아시아 금융회사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 중국 금융사가 가장 취약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