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런던'의 몰락…금융위기로 내년말까지 6만여명 추가감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욕의 월가처럼 국제금융의 중심도시인 런던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무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이 실직자로 넘쳐나고 있으며,런던의 상징이자 호황을 이끌어온 엔진이라는 예전의 명성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티 오브 런던의 스튜어트 프레이저 정책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신뢰를 잃어버린 지금 런던 금융가는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티 오브 런던에 있는 UBS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메릴린치 HSBC 등 쟁쟁한 금융사들은 집중적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이들 은행의 앞뒤 가리지 않는 공격적 경영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드레스너클라인보트 은행 출신으로 시티 오브 런던의 관행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소설 '시티보이'를 쓴 제레인트 앤더슨은 "시티 오브 런던은 탐욕으로 대표되는 곳"이라며 "남을 속이고 거짓말하는 등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S.G.와버그의 은행원 출신인 데이비드 차터스는 "런던 투자은행들은 은행원이 아니라 마치 기업 세일즈맨처럼 돈을 벌어들였다"며 기업 투자와 부동산 거래 등에 집중된 투자은행의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1년 전만 해도 글로벌 투자 열풍을 타고 사업을 확장해나가던 이들 은행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앞다퉈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티 오브 런던에서 인원 감축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3만2500명의 직원 중 10%를 감축할 예정이며,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도 수천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런던 지사도 감원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시티 오브 런던의 금융서비스 관련 일자리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말(35만3000개)에 비해 내년 말까지 6만2000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8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영국 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업계의 인력 구조조정 여파는 영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실업수당 수령자가 1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지난 10월 98만9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분기 영국의 실업률은 11년 만의 최고치인 5.8%로 급등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내년에도 영국 경제가 계속해서 후퇴해 30년 만에 최악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내피어스콧의 션 스프링어 최고경영자(CEO)는 "사무보조직까지 포함해 런던 금융권에서 실직자는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중 단 20%만 비슷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 용어풀이 ]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런던의 금융중심지다. 동서로 런던타워에서 성바오로 성당까지,남북으로 템스강에서 런던 월까지의 지역이며 면적은 약 2.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