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 시작된 키코 … 기업-은행 불꽃 대결

"은행은 충분한 설명도 없이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라는 독약에 설탕을 발라서 기업들에 먹였습니다. "(모나미ㆍDS LCD 측 변호인)

"피해를 입었다는 기업들은 시골 할머니가 아니라 환헤지 경험이 충분한 전문가들입니다. "(SC제일은행 측 변호인)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의 첫 기일인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358호 법정에서는 키코 계약에 대한 은행과 기업 측의 격론이 벌어졌다.


모나미와 DS LCD를 대리한 법무법인 로고스의 김용호 변호사는 키코 계약이 불공정한 계약임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은행이 환보험이라 속여서 판 키코는 환율 하락 시 은행 책임은 제한적인 데 반해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 손실은 무제한인 불공정한 상품"이라며 "DS LCD는 현재까지 키코 손실이 194억여원,평가손실은 9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들이 이해하기에도 며칠이 걸릴 만큼 복잡한 계약을 단순히 전화로 설명한 뒤 서명을 하게 했고 상품을 판 담당자도 계약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등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며 "은행들이 키코 계약이 중지되면 부실사태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환율 급등을 예상치 못했던 은행이 예상 외 소득을 얻지 못해 부실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김수형 변호사는 키코는 환율 변동에 대한 확률 분석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계약이었다고 반박했다. 즉 키코 계약을 맺을 때 기업들이 행사 가격을 유리한 쪽으로 원해 그 반대급부로 확률상으로 희박한 부분에서 은행들의 이득이 생기는 프리미엄을 챙겼다는 것.변호인은 "키코 계약을 맺던 시점에 국내외 거의 모든 연구소와 금융회사는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모나미는 키코 계약 초기에 2억2000만원의 수익을 챙기다가 은행이 예상치 못한 환율 폭등으로 손해가 나자 은행에 책임지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 DS LCD 측에서 거래를 담당한 상무는 삼성전자에서 26년간 자금을 담당하는 등 담당자들이 문외한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들의 손해는 비싼 달러를 비싼 가격에 팔지 못해 기대했던 이익을 얻지 못한 회계상의 손해지만 은행은 기업들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실제로 달러를 다른 데서 구해와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변론을 들은 재판부는 기업들이 자신의 1년 예상 수출액수에 따라 적정 금액의 키코 계약을 했는지와 은행 측이 계약을 억지로 강요하고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는지 여부로 쟁점을 정리했다. 기업이 수출 예상금액보다 많게 키코 계약을 했으면 투기 성격이 있기에 보호해줄 수 없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중소기업 관계자 100여명이 몰렸다. 일부 관계자는 재판 말미에 재판장에게 직접 할 말이 있다며 키코 계약의 부당성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손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은행이냐,기업이냐의 문제인데 둘 다 국가적 손실이라 큰 문제"라며 "오는 28일 다음 기일에 양측이 부른 전문가 증인들의 증언을 들은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