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펀드에 투자했다가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지난 몇 년간은 펀드 투자가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지칭될 만큼 활성화됐던 시기였다. 언론과 금융기관들은 실질금리 마이너스,부동산 시장의 규제강화,펀드의 높은 수익률 등을 거론하며 한 목소리로 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평생 은행 예금만 고수해 왔던 보수적인 투자자들조차도 이러한 투자 붐에 소외되고 싶지 않아 난생 처음으로 주식형 펀드에 큰 맘 먹고 목돈을 집어 넣었다가 손실이 커지면서 후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펀드 투자자들의 최근 행태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우선 '전전긍긍형'으로 매일 펀드 기준가를 들여다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투자자들이다. 또 다른 행태는 '방치형'으로 알아 보았자 마음만 상하고 묻어두면 언젠가는 만회가 되겠지 하고 투자한 펀드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쳐다보지도 않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들이다.

합리적 투자를 위해서는 두 가지 모두 좋은 대안이 아니며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한 판단과 민첩한 행동이 필요하다. 정말 무엇이 잘못됐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해야 한다. 우선 과거 손실은 잠시 잊고 현 상황에서 신규로 투자를 한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자산 구성과 투자성향,향후 시장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펀드 포트폴리오가 적절하게 구성됐는지 살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수익률과 유행을 좆아서 중국,이머징 시장 등 특정지역 펀드에 과도하게 투자된 것은 아닌지,글로벌 경기하강 국면에서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향후 전망은 어떤지 등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필요한 때다. 초유의 금융위기로 국가 및 지역별 경제 상황과 산업 전망이 펀드 투자 시점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자포자기식으로 무관심하게 펀드를 방치하는 경우 손실폭 확대는 물론 시장이 반등할 경우 자신이 투자한 펀드 수익률의 회복 속도가 다른 펀드에 비해 느리다면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에 있는 영업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상당수 투자자들이 펀드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싫어한다고 한다. 마음은 아프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냉정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전문가를 찾아 가서 상담도 받아 보는 게 좋다.

주식시장은 역사적으로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며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전전긍긍해 하며 못 견디고 바닥에서 투매하는 투자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처럼 경제와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치형 장기투자자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재점검하는 합리적 장기투자자가 좋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이사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