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리도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

신경림 '고목을 보며'전문

꿈은 늘 상처로 남는다. 꿈을 이루면 허망하고 못이루면 안타깝기 때문이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을 가진 고목처럼,사람도 세월이 흐르면서 상처가 깊어진다. 생의 황혼녘 설렘도 분노도 희미해진 가운데 찬란했던 꿈이 바스라지는 것을 본다. 덜컹덜컹 흘려보낸 세월의 기억과 그 만큼의 상처만 아련히 펼쳐진다.

그렇다해도내몸의상 처가 추하게 보이는 것은 생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 누구에게나 삶은 거칠고 힘겹다. 그 힘겨움의 흔적인 상처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모든 생명은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니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