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달력 안 주나요?" 한 유통업체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박경민씨(42)는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판촉용으로 뿌리다시피한 달력을 올해에는 수량이 부족해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것.박씨는 "본사에서 지난해 200부를 줬는데 올핸 절반으로 줄었다"며 "고객의 요구는 많은데 몇몇 단골에게만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력이 실종됐다. 경기 불황과 원가 상승으로 기업들이 홍보비를 줄이면서 무료로 나눠주던 달력 제작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고 있어서다. 인쇄업체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불황으로 올해 달력 제작량은 작년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달력 디자인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하는 진흥문화주식회사의 최석환 이사는 "대개 10월쯤 달력 제작 계획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별다른 얘기가 없다"면서 "작년에 비해 20만부 이상 주문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도 달력제작 감소의 한 원인이다. 종이 가격이 작년에 비해 20% 정도 오른 데다 잉크값과 인건비도 함께 상승했다. 의료기 제조업체인 듀존의 김호문 이사는 "작년에 개당 1500원 정도 하던 (달력 제조) 원가가 올해는 2500원 정도로 올랐다"며 "주문 부수를 2만부에서 1만부로 줄였지만 비용은 비슷하게 나가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아예 달력제작을 포기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업이 안되고 경기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달력제작이 감소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인쇄업체들이다. 인쇄소가 밀집돼 있는 서울 충무로에는 최근 들어오는 주문이 없어 일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광일애드 추회식 부장은 "지금 시즌이면 호황이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놀고 있다"면서 "차라리 IMF 때가 이보다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

최민지,강해림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