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상품 유치ㆍ금주중 10% 추가 감원
美은행 110곳 구제금융 신청

미국 상업은행인 와코비아를 인수하려다가 웰스파고에 빼앗긴 씨티그룹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금리 예금을 유치하는 한편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15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분기 말까지 4만100명의 직원을 줄인 씨티그룹은 이번 주 중 10%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씨티그룹이 아직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았다"며 "내년 말까지 총 25%의 인력을 줄여 현재 35만2000명인 직원을 26만4000명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올 들어 주가가 68% 하락하며 지난 주말 9.52달러로 추락했다.

월가에서 씨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와코비아 인수가 무산된 이후에도 예금 유치와 영업점 확충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경쟁구도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영진 교체설이 흘러나온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인스티튜셔널 리스크 애널리틱스의 크리스토퍼 웰런 파트너는 "최근 씨티의 손실률을 보면 내년쯤에는 정부에 자금 지원을 추가로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씨티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씨티는 유동성 확대를 위해 예금금리를 잇따라 높이는 등 예금 유치에 뛰어들었다. 씨티는 6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 4%포인트를 더 주는 상품을 내놓고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에 대해 지방 중소은행들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미국에서 최소 110개 은행들이 모두 170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리서치업체인 키프 브루엣 앤드 우즈(KBW)는 미 재무부가 65개 은행에 1700억달러가량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최종 승인하거나 예비승인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8개 은행들이 신청한 구제금융은 65억달러 규모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