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조건을 이유로 미분양 아파트를 하청업체에 떠넘긴 건설사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물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조병현 부장판사)는 대주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대주건설은 광주와 부산 등에서 공급한 아파트 9곳의 최초 분양률이 2.0∼59.6% 정도로 저조한 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2006년 5월부터 A건설 등 하청업체 20곳에 미분양 49가구를 분양키로 하고 이 조건을 달아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계약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경제적 이익을 부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하도급법(12조의 2)을 적용해 하도급 계약액의 1%에 상당하는 5억96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주건설은 "분양조건을 미리 알렸으며 각 업체가 충분히 이해하고 하도급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정당하다"며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법원은 원청업체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정된 아파트가 실수요자들이 분양을 꺼리는 저층이었고,대주건설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향후 입찰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던 점에 비춰보면 하도급 계약을 따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분양을 떠안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일지라도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