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예순에/ 다시 시를 쓰게 되어/ 참 다행이다/ 이제 써서 어느 세월에,하다가/ 그 생각 그냥 흘려버린다/ …(중략)차라리 지금,마음도 귀도 순해져/ 세상 속마음 들을 수 있는 나이/ 다시 시를 쓰게 되어 정말 기쁘다/ 후회와 아쉬움 없을 리 없지만/ 기억도,남은 생도/ 시가 되고 싶어 내게 와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참 고맙다/ 시 한 편 쓰고서/ 엄마 젖 배불리 먹고 잠든 아기처럼 세상 모르게 잘 수 있어.'(<나이 예순 꽉 찬 날> 중)

최영진씨(59)의 첫번째 시집 <사랑은 빈집처럼>(손과손)에는 그가 어머니와 아내로 살면서 마주친 일상과 깨달음을 노래하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다.

<데었을 때는>에서는 '화상을 입었을 땐/ 일단 수돗물이라도 붜라 계속/ …(중략)나는 지금 데었을 때 평생 후회하지 않을/ 임시방편을 말하는 것이니/ 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데었을 때,사랑에/ 데었을 때,믿음에/ 그 흔한 수돗물이라도/ 퍼부어라'라고 말한다.

시골 시외버스에서 정말 느리게 움직이는 할머니와 그에 대처하는 기사를 보며 '기사양반은 다 안다/ 느리다는 것은/ 모두가 함께 가는 방법이다'(<느리다는 것> 중)라고 깨닫는다.

문학평론가 오철수씨는 "지혜의 여신의 제1원리는 생명 살림의 지혜"라면서 "최 시인은 살림의 어머니에서 지혜의 여신으로 넘어선 존재"라고 평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