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교수 "진전 더디고 힘든과정 거칠것"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 공동선언은 효율적인 금융시장 규제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 광범위한 의제를 담았지만 미국과 참가국 간 관심 영역이 달라 세부 실천계획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15일 "공동선언이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방안 마련이 문제"라며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더디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각 국가별로 특정 의제에 대한 시각차가 적지 않은 점도 앞으로 공동 작업을 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규제를 놓고 보더라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금융의 틀 자체를 바꿔 유럽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데 반해 미국은 현 틀에서 적절한 규제 방안을 찾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칼 와인버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세계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조치가 나왔다고 보긴 어렵다"며 "경제 회생을 위해 세금 및 금리 인하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괄적인 공동합의문 내용에 비춰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각국이 국내 실정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자는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팀 라이언 미국 증권업 및 금융시장연합회 회장은 "신용평가사 개혁 및 국제회계기준 통합 문제 등은 이미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들이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중요한 의제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좀 더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제적 회계표준을 만들고 대형 금융사를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통합감독기구 설치에 대한 제안 등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시몬 존슨 MIT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회견에서 "이번에 합의한 성명은 정상회담을 열지 않고서도 합의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G7 대신 G20 그룹으로 확대한 것 외에 새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라구램 자찬 시카고대 교수는 "단시일 내 마련된 정상회의인 점에 비춰볼 때 가능하고 적절한 방안이 대부분 언급되고 나왔다"며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간 지속적인 협력과 논의를 통해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같은 방에 앉아 상대국 정상이 설명하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전망을 듣는 모습 자체가 인상적이었다"며 정상들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게이단렌 회장도 "G20 정상회담의 공동성언은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각국이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