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신용평가와 회계기준 개혁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 및 건전성 평가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각국이 신용평가사 규제 및 회계기준 개선 등에 대한 중ㆍ단기 행동계획(액션플랜)에 합의했다.
◆EU, 신평사 등록 의무화 등 추진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부실 평가'로 금융위기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에 본격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신용평가사들의 감독기관 등록과 신용등급 평가모델 공개 등을 골자로 한 신용평가사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신용평가사들이 구조화상품(금융파생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금융위기 초래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새 규제안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앞으로 유럽에서 영업하려면 감독기관에 등록하고,신용등급 평가시 사용한 모델과 전제조건 등을 공개해야 한다.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영업 면허를 취소당할 수 있다. 자신들이 등급을 매기는 구조화상품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은행들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된다. 만약 충분한 정보와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구조화상품의 등급 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이사회에 적어도 세 명의 독립이사를 둬야 하며,이 중 한 명은 구조화금융 전문가여야 한다. 이 밖에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산정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담은 연례 투명성 보고서도 내야 한다. 새 규정은 EU 정부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르면 2010년부터 실시될 전망이다.
미국도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에선 신용평가사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해 규제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EC는 오는 19일 신용평가사들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등급 책정에 관련된 직원이 해당 기업과의 수수료 협상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회계기준 개혁 움직임도 가속화
국제회계기준을 만드는 양대 조직인 영국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최근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회계제도 개선안을 만들기 위해 연일 회의를 열고 있으며,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그룹도 만들었다.
두 조직이 2002년부터 논의 중인 국제회계기준 통일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중 110개 미 대기업에 대해 2010년부터 미 회계기준(US GAAP)이 아닌 국제회계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제회계기준 통일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기시 시가평가를 일시적으로 유보시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EU와 일본은 시가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또 미국은 구제금융법에 시가평가를 일시 정지할 수 있는 조치를 포함시켰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