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컨설턴트인 제이슨 제닝스는 미국내 기업 7만2000개를 분석하면서 최근 10년에 걸쳐 매출과 수익면에서 10% 이상의 실적을 올린 기업을 추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준을 충족한 회사는 20여개에 불과했는데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창업정신이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제품과 고객문제에는 큰 아이디어를 내고,겸손하고,회사의 주인처럼 행동하는 일에는 자세를 낮췄다. 그는 '크게 생각하고 작게 행동하라(Think Big,Act Small)'는 책에서 이러한 창업정신을 그리고 있다.

요즘 기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창업정신을 강조하는 회사가 부쩍 늘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한 창업자의 도전정신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간의 내부결속을 다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호황보다는 불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위기가 닥치면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창업정신의 초심을 잃고,미래를 위한 도전에 소홀한 탓에 조그만 난관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이다.

창업정신은 위기가 닥치거나 시장이 변할 때 큰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환경이 나쁘다는 말은 한갓 핑계일 뿐이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든지,SK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패기의 정신' 등은 사명의식과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이어서 불황돌파의 정신적 재무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며칠 전 '기업가정신 국제 컨퍼런스'에서 한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창업세대는 개인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시대적 소명을 실천하려 했고 전인미답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으면서 오늘의 한국을 일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서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몰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생각은 크게 하고 행동은 작게 하는 창업정신이 아쉬운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