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펀드 보수인하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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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놓고 펀드 보수를 낮추라고 하니 피할 도리가 없지만 우리 회사가 먼저 나서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죠.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갈 생각입니다. "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펀드시장에서 판매회사가 '갑'인 상황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자산운용사가 먼저 보수를 인하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찍히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위원회가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장들을 불러 사실상 판매 보수를 낮추라고 통보했지만,업체들이 주저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펀드 보수 인하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이렇다 할 서비스없이 전체 보수의 70%나 차지하고 있는 판매보수 인하에 대해서는 투자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장기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상황에서 펀드 판매회사와 운용회사들이 보수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공감했다. 그는 더욱이 투자자들에게 올바르게 투자를 가이드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고객들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라도 보수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판매사와 운용사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하다. 아무도 먼저 나서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하는 문제와 비슷한 형국이다. 펀드판매 비중이 큰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도 모두 사정이 빠듯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펀드 판매보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에서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최대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결단'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모두들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이어서 선도업체들이 총대를 메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펀드보수 인하는 금융권이 투자자의 고통을 분담해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일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요구가 아니라 업계 자발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자칫 눈치싸움이 길어져 공연히 투자자들의 반감을 사 효과가 반감되는 일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펀드시장에서 판매회사가 '갑'인 상황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자산운용사가 먼저 보수를 인하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찍히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위원회가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장들을 불러 사실상 판매 보수를 낮추라고 통보했지만,업체들이 주저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펀드 보수 인하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이렇다 할 서비스없이 전체 보수의 70%나 차지하고 있는 판매보수 인하에 대해서는 투자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장기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상황에서 펀드 판매회사와 운용회사들이 보수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공감했다. 그는 더욱이 투자자들에게 올바르게 투자를 가이드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고객들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라도 보수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판매사와 운용사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하다. 아무도 먼저 나서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하는 문제와 비슷한 형국이다. 펀드판매 비중이 큰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도 모두 사정이 빠듯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펀드 판매보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에서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최대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결단'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모두들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이어서 선도업체들이 총대를 메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펀드보수 인하는 금융권이 투자자의 고통을 분담해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일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요구가 아니라 업계 자발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자칫 눈치싸움이 길어져 공연히 투자자들의 반감을 사 효과가 반감되는 일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