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환율 상승률이 국가 부도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16일 '국내 금융시장,대외 충격에 유독 취약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주요 37개 국가를 대상으로 작년 1월1일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38.9% 상승해 아이슬란드 크로나화(6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파키스탄(33.6%) 영국(21.9%) 인도네시아(21.8%) 등의 순이었다. 파키스탄 역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영국은 금융산업 중심지로 이번 국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문박 연구원은 이에 대해 "올해 상반기까지 유가 급등이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키는 주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송금 수요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다른 신흥시장 국가에 비해 규모가 크고 외국인 비중이 높지만 외환시장 규모는 작기 때문에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이후로 고점 대비 54.5% 하락해 '반토막'났지만 이 같은 하락률은 비교 대상 51개국 중 서른세 번째로 중간 수준이었다.

국고채 금리도 지난해 말부터 변동성이 커지다 최근 급등하는 양상이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한국에 대한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0월 말 기준 연 3.7%포인트로 비교 대상 43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았다. 작년 초 대비 CDS 프리미엄 상승률은 약 20배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최 연구원은 "CDS 프리미엄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에 대한 투자 어려움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므로 현실적인 중요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CDS 프리미엄의 급등은 국내 금융시장에 과도한 불안심리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불안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