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내년 취임후 다시 정상회의 갖기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선언문은 내년 3월31일까지 단기 조치를 이행하고 4월30일 이전에 다시 정상회의를 갖는다는 로드맵을 명시했다. 다분히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정부를 의식한 것이다. 4월30일은 오바마 당선인이 1월20일 취임선서를 한 뒤 101일째가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빨 빠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합의해 건네주는 숙제를 오바마가 떠안는 셈이다.

부시도 지난 14일 각국 정상들과의 만찬에서 "이번 금융위기 문제는 하룻밤에 발생한 게 아니어서 하룻밤 새 해소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G20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오바마가 파견한 초당적 대표단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짐 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원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과 리치 전 의원은 러시아 중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 관계자들과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케빈 러드 호주 총리,이명박 대통령,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크리스타니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타입 에르도안 터키 총리,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회동했다.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은 한 사람"이라고 몸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G20 정상회의에 암묵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오바마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수습해야 하면서 각국과의 공조도 원활히 해야 한다. '오바마의 리더십'은 이제부터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