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게임이 장타력을 눌렀다. '

올시즌 국내여자프로골프 '2인자' 자리를 굳힌 서희경(22ㆍ하이트)이 뛰어난 쇼트게임으로 4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안선주(21ㆍ하이마트)에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여자프로골프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를 겸해 제주 세인트포CC(파72)에서 열린 세인트포 레이디스마스터스(총상금 30만달러).안선주는 1,2라운드에서 선두를 지켰고 16일 펼쳐진 최종 3라운드에서도 전반까지 3타를 줄이며 서희경에게 4타 앞서 시즌 2승이 예견됐다.

그러나 승부는 최종일 후반에 뒤바뀌었다. 서희경은 10,11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고 안선주와 간격을 2타로 좁혔다. 드라이버샷 거리(안선주 245∼255m,서희경 220m) 열세를 주무기인 쇼트게임으로 만회하면서 야금야금 안선주를 따라잡은 것.15번홀(파5ㆍ길이 422m)에서 쇼트아이언샷을 홀옆 20㎝ 지점에 붙여 버디를 낚은 서희경은 16번홀(파3)에서 약 7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공동선두가 됐다.

두 선수의 명암이 갈린 곳은 짧은 파4홀인 17번홀(길이 307ㆍ야드).서희경은 티샷을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떨구었고,안선주는 드라이버샷을 그린 앞에까지 보냈다. 누가 봐도 안선주가 유리한 상황.그러나 다시 한번 서희경의 쇼트게임이 빛을 발했다. 약 80m 거리의 어프로치샷을 그림같이 홀 옆 80㎝에 붙였다. 서희경의 샷에 압도당한 안선주는 30m도 안 되는 쇼트어프로치샷이 홀에서 2.5m나 벗어났고,버디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세 홀 연속 버디행진을 벌인 서희경이 1타 차로 앞서나가는 순간이었다.

안선주는 연장승부를 바라볼 수 있었던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간신히 파세이브를 하며 분루를 삼켰다. 안선주는 사흘 동안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지만 장타력과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시즌 다섯 번째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서희경은 마지막 홀에서도 3m 거리의 우승축하 버디퍼트를 성공,후반에만 무려 6타를 줄였다. 합계 스코어는 14언더파 202타로 시즌 5승째다. 서희경은 지난 8월 하이원컵 SBS채리티오픈부터 3개 대회 연속 우승한 데 이어 10월 인터불고 마스터스에서 4승째를 올렸었다. 서희경은 우승상금 6만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랭킹 2위를 확정지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