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보고서 인용 수치 잘못” 수정 요구
JP모건“애널 권한… 하나 분석 않겠다
금감원, JP모건에 '주의'

하나금융지주가 JP모건의 한 보고서 탓에 나흘간 주가가 35% 가까이 빠지는 홍역을 치렀다.

사건은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JP모건은 하나금융에 대한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무수익여신(NPL) 비율이 2분기 3.75%에서 3분기 4.76%로 상승했다"며 "하나지주가 자산 건전성 훼손 우려가 있어 향후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에 대한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1만8000원으로 낮췄다. JP모건의 이 같은 보고서는 시장에 즉각 충격을 미치면서 하나금융의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하나금융이 긴장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JP모건을 달래기보다 보고서가 터무니없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나가 지적한 부분은 JP모건이 언급한 NPL 비율.금융감독원 기준인 '고정 이하 여신비율'을 쓰지 않고 이보다 한 단계 위인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을 써서 실제보다 높은 NPL비율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보고서 표지에는 요주의 이하 여신을 기준으로 NPL비율을 책정하고 보고서 내용 중간에는 고정 이하로 NPL 수치를 잡은 것은 명백히 실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의 NPL은 고정 이하로 집계하면서 하나금융에 대해서만 요주의 이하로 NPL을 잡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JP모건은 그러나 하나금융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NPL비율을 고정 이하나 요주의 이하로 하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고유 권한이지 반드시 고정 이하로 해야 한다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JP모건은 급기야 지난 10일 하나금융에 대한 기업 분석을 중단한다는 보고서를 투자자들에게 보냈다. 하나금융이 기업 정보를 제한하고 있어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달았다. JP모건은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의 기존 보고서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 날부터 하나금융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하나금융 주가는 2만2350원에서 1만9800원으로 떨어졌고 12일에도 2550원(―11.41%)이 빠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금감원도 "보고서의 내용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이례적으로 JP모건에 '주의' 를 줬다.

12일 나온 JP모건의 공시도 하나금융의 주가 급락에 기름을 부었다. JP모건의 아시아 전문운용회사인 JF에셋이 최근 한 달간 하나금융 주식 600만4757주(2.83%)를 장내매도와 특수관계인 변동을 통해 보유지분율을 기존 6.46%에서 3.63%로 낮췄다고 공시한 것.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지분율 감소는 JF에셋과 특수 관계자였던 JP모건증권 외 1인이 특수관계인 범위에서 빠지면서 생긴 일이지 주식 매도에 의해 일어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공시가 나온 다음 날인 13일 하나금융 주가는 하한가(―14.90%)를 맞으며 1만6850원으로 추락했다. 다른 은행 주가가 모두 오른 지난 14일에도 하나금융 주가는 2300원(―13.65%) 빠지며 1만4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재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 가치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하나금융의 경우 0.33배에 그친다.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JP모건이 다른 비즈니스 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어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끝까지 가보자는 식의 대결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인설/김재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