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를 만나는 사람들은 의례히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기대한다. 조상으로부터 혹은 전생으로부터 전해지는 뿌리 깊은 한을 구명시식으로 풀어달라는 것.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예전에 한 공무원이 초췌한 얼굴로 찾아와 직장상사가 죽이도록 밉다며, “상사와 저는 전생에 무슨 악연이일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말했다.
“안경을 하나 쓰십시오. 좀 유머러스한 안경으로요.”
그는 시력은 아직까지 괜찮다며 내말에 어리둥절했지만 나는 아무 말 말고 그냥 그렇게 해보시라고 권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그가 다시 나를 찾았다.
“신기한 일입니다. 저를 대하는 상사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뿔테 안경을 하나 썼을 뿐인데 말입니다.”
첫눈에 본 그의 눈매는 매우 날카로웠다. 마치 사무라이의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눈매로 상사를 쳐다보니 상사는 부하가 자신을 무시하는 줄 알고 못살게 굴었던 것.
“제 눈이 남에게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몰랐습니다. 거울을 한 번 제대로 보았으면 알 수 있었을 텐데요.”라며 돌아갔다.

연필 깎는 데 도끼를 쓰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큰 강물도 이름 없는 옹달샘에서 시작하듯 모든 것은 사소한 것에서 결정 난다. 사소한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크게 살 수 있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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