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내 철분은 혈액 속에서 산소 운반을 맡는 혈색소(헤모글로빈)를 만드는 토대가 되며 두뇌의 지적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래서 임신 월경 출산,위·십이지장궤양,장에서의 흡수장애 또는 장출혈,기생충,영양부족 등으로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초래된다.

빈혈을 걱정해 철분제를 사먹고 붉은 색 육류를 많이 섭취하지만 드물게 빈혈 대신 철분 과잉을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 통상 붉은 고기 등 철분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C를 과잉 복용하면 철분과잉증이 생길 수 있으나 일상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대개 골수이형성증후군 재생불량성빈혈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무적혈구혈증 지중해성빈혈 겸상적혈구병 등에 의한 희귀 만성질환에 의해 반복적인 수혈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서 철분과잉 또는 철중독증이 나타난다.

경미한 철분과잉은 편두통이나 고혈압,관절통을 유발할 수 있고 적대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심한 철중독증은 심근염과 심근섬유증을 유발한다. 철중독이 만성화되면 폐부종이나 폐출혈을 동반한 울혈성 심부전이나 치명적인 부정맥을 초래해 1년 이상 살기 힘들다. 정상 상태에서 철은 월경이나 장 점막세포의 박리나 출혈 등에서만 배출되고 소실되는 양이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과 조화를 이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혈 혈액은 1팩당 200∼250㎎의 철을 함유하고 있어 수혈환자가 한 번에 두 팩씩 10번 이상 수혈할 경우 철중독증에 걸리게 돼 있다.

과잉의 철분을 제거하는 데는 노바티스의 '엑스자이드'(성분명 데페라시록스)가 가장 효과적인 제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약은 하루 한번 경구 복용하는 철분 킬레이트 제제로 혈중에서 트렌스페린(과잉의 철분을 근육이나 골수에 옮기는 운반체)과 결합하지 못해 독성을 띠는 철분(NTBI)을 감싸서 주로 대변으로 배출시킨다. 복용 후 4∼16주 만에 혈중 철분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물이나 오렌지주스에 타 먹으면 24시간 약효가 지속되므로 간편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