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초기에 쓰면 혈당 장기간 안정

"인슐린 펌프는 인슐린 비의존형(2형) 당뇨병환자에게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고 식사요법을 게을리하게 만들어 인슐린 저항성이 오히려 증가할 소지가 있다. 또한 복부의 피부 밑에 바늘을 항시 찔러놓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부감염 이물감 불편함을 초래한다. "

이 같은 비판을 받아오던 인슐린 펌프가 최근에는 조기 인슐린 사용을 통한 당뇨병 치료가 강조되고,불편했던 기능을 개선하면서 난치성 당뇨병 치료의 보루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체에서 자연 분비되는 인슐린은 평소 나오는 기저인슐린과 밥 먹은 직후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나오는 식사인슐린으로 나뉜다. 보통 두 가지 인슐린이 반반씩 나오는 게 정상.인슐린펌프는 의사 처방에 따라 하루 24시간 일정하게 기저인슐린을 몸속에 투여하면서 환자가 식사 직전 또는 직후에 버튼을 누르면 적량의 식사인슐린이 추가로 나오도록 만든 장치다. 보통 3∼4일에 한 번씩 주사기를 교체하면서 바닥난 인슐린을 새로 충전한다.

혈당을 낮추는 작용이 센 경구용 당뇨약을 복용하면 일시적인 저혈당 쇼크가 오거나 췌장의 기능감퇴로 점차 인슐린 생산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췌장의 인슐린 생산능력이 고갈되기 전에 먹는 약 대신 인슐린을 조기 투여함으로써 췌장의 기능 감퇴를 지연시키려는 치료 트렌드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복부에 매일 한두 차례씩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이 매우 번거롭고 고통스럽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1978년,국내서는 1980년대 초반에 인슐린 펌프가 등장했으나 사이즈가 크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 사랑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명메디에스(대표 정수평)가 내놓은 '윌케어(사진)'는 무게가 52g에 불과하고 펌프가격은 180만원이나 소모품은 월 3만5000원,펌프에 충전될 인슐린은 월 8000원(본인부담금 기준)으로 수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인슐린 펌프는 인슐린 의존형(1형) 당뇨병 환자,비인슐린 의존형(2형) 당뇨병이지만 경구용 약물ㆍ하루 여러 차례 맞는 인슐린 주사ㆍ식사요법 등으로도 혈당 조절이 안되는 환자에게 필요하다. △하루 중 혈당 변동폭이 크거나,저혈당이 잦은 경우 △공복혈당이 큰 기복을 보이거나 새벽에 현저히 낮아지는 경우 △임신 또는 임신 예정인 경우 △당뇨합병증이 진행 중이거나 이를 예방하려는 환자에게도 요긴하다.

인슐린 펌프에 충전되는 인슐린은 초속효성 또는 속효성이다. '인슐린 리스프로(lispro)'와 '인슐린 아스파트(aspart)'등 초속효성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돼 주사 5∼15분 후에 효과를 내므로 식사 직전에 주사하면 식후 상승하는 혈당을 효과적으로 내릴 수 있다. 속효성은 주사 후 30∼60분 후 효과를 내므로 식사 30분 전에 주사해야 한다.

김용성 인하대병원 당뇨내분비센터 소장은 "인슐린 펌프를 장착하려면 4∼5일간 입원해 의사가 환자의 인슐린 분비패턴을 파악한 뒤 그에 맞게 기저인슐린과 식사인슐린의 분비량을 설정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뇨병 초기에 인슐린을 쓰면 혈당을 장기간 안정시킬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수년간 인슐린을 끊어도 될 정도로 호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