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4일.조금만 걸으면 숨이 차고 무릎이 아팠다. 약간의 오르막길도 피하고 싶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건물에 들어가면 짜증부터 나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달째.이날도 취재 때문에 방문한 업체는 5층짜리 빌딩 4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알림문구에 3층쯤 올라가다가 잠시 쉬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저녁 때 체중계에 올라서보니 몸무게는 98㎏.키는 170㎝남짓인데 체중이 100㎏에 이르다니.이건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여자친구는 내 육중한 외모가 싫다고 공연히 투덜댔다.

그날 밤 인터넷에서 다이어트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내가 얼마나 심각한 고도비만 환자인지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외모 관리차원을 넘어 성인병 위험에서 나를 구해야 했다.

다음 날인 8월5일부터 무작정 굶기 시작했다. 물만 마시면서.두 달 안에 20㎏을 빼겠다는 다이어트 목표를 세웠다. 사흘쯤 지나자 현기증이 났다. 눈앞에 별이 반짝거린다. 무엇이든 먹으면서 살을 빼야 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성인남자가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는 2500㎉수준.그럼 하루에 500㎉만 먹고 버티면 2000㎉에 해당하는 살들이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추가로 1000㎉가량을 운동으로 빼면 하루에 3000㎉정도를 내 몸에서 빼낼 수 있겠다고 추산했다. 지방 1g 이 9㎉의 열량을 내니까 매일 최소 300g씩은 빠지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식단을 만들었다. 아침에는 토마토 2개를 갈아마셨다. 칼로리표에는 70㎉정도 된다고 써 있었다. 적당히 배고픔은 잊을 수 있었다. 점심 때는 사과 반 개에 삶은 계란 흰자 한 개.대충 100㎉.저녁 때는 두부 반 모나 닭가슴살 삶은 것 1개와 야채 조금으로 대략 150㎉.

운동도 시작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30분까지 집 뒷산을 오르락 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점심시간에는 한 시간쯤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했다. 최대한 빨리 걸을 수 있는 속도로 러닝머신 30분,계단오르기 10분,자전거타기 20분.저녁 때는 아무리 귀가가 늦어도 5㎞조깅은 빼놓지 않았다. 조깅 후에는 집에 와서 아령으로 근육운동을 30분 정도 했다.

일주일쯤 하니 배가 너무 고프고 몸도 피곤했다. 하지만 체중계에 올라서면 하루에 500g에서 많게는 1㎏까지 눈금이 떨어지는 것이 보여 멈출 수가 없었다. 보름쯤 지나자 92㎏까지 줄었다. 힘들었지만 신이 났다. 운동하는 습관이 붙자 늦잠으로 운동을 거르고 출근하면 오히려 몸이 나른해지는 희한한 체험도 했다. 새벽 1시건 2시건 뛰고나야 잠이 왔다.

9월5일,한 달이 지났다. 체중은 85㎏,허리사이즈는 34인치(86.4㎝).혈압도 138/85㎜Hg에서 130/80㎜Hg으로 떨어졌다.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0월15일이 되자 체중은 72㎏,허리둘레는 31인치(78.7㎝)다. 70여일 만에 체중은 26㎏,허리둘레는 7인치(17.8㎝)가 줄어든 것이다. 옷 입는 재미가 난다. 사람들은 나보고 독하다 한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살이 다시 찌는 요요현상.다이어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해 안에 65㎏까지 줄이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오늘도 새벽공기를 마시며 집 뒷산을 오른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