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직에 있다 옷 벗고 나온 분들 참 어렵습니다. "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인터뷰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하소연부터 꺼냈다. 지난해 11월 총장직에서 퇴임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최근 구속된 백종헌 프라임 회장 사건을 자문했다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공이 총장 출신이어서…"라며 운신의 폭이 좁음을 내비쳤다. 전관예우 논란이 끊이지 않는 판에 드러내놓고 사건을 수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무실을 차려놓고 파리만 날릴 수도 없는 묘한 처지라는 얘기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형사사건은 거의 안하고 자문 일을 주로 한다"고 소개했다.

정 전 총장은 '한강에 빠져도 물고기와 친구가 돼서 나올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뛰어난 친화력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항상 들끓는다. 총장직에서 벗어나자마자 그동안 밀어놓았던 애경사를 챙기느라 지방 왕래가 잦을 수밖에 없을 법도 하다. 사무실을 비우는 날도 적지 않다는 그는 "요즘 단풍구경 많이 하고 있다"는 말로 근황을 들려주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을 낸 정 전 총장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계속 고민 중"이라면서도 인터뷰가 끝날 때가 되자 이내 변호사로 돌아와 있었다. "변호사 일 안하는 사람으로 소문내면 곤란해.좋은 사건 있으면 소개도 해 줘."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