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우체통이 앉아 있나요?"

김연신 한국선박운용 사장(56)은 10여년 전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할 때 영국의 한 해운회사 변호사에게 받은 모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선박 건조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이 척척 나와야 하는데 계속해서 "본사에 물어봐야 한다"는 답을 주니 돌아온 말이었다.

김 사장은 그때부터 선박 건조 계약서 작성 방법에 관한 실무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고,어디에서도 계약서 만드는 법부터 파기에 따른 법적 책임까지 알려주는 책을 구할 수 없었다. 국제 사회에서 선박 건조 계약서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것도 애로사항이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영문 선박건조 계약서 작성실무'(박영사)는 20년 가까이 현업에서 배를 사고 팔던 시절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김 사장은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뒤 이사로 승진할 때까지 한번도 진급에서 누락된 적이 없을 정도로 인정받은 실력파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소 선박수주 영업업무의 기초를 설명하고 계약서 내용 중 이해가 필요한 부분을 해설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신조선 수주,발주 담당자의 건조 계약서를 사례별로 해설했고,선박 발주자와 조선소 사이에 문안 변경의 토론이 벌어지는 전형적인 부분도 담았다. 계약서 변경에서는 조선소의 관점에서,나아가 해운회사로서는 어떤 목적으로 요구하는 것인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는 불황기에 책을 낸 게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에는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답했다. 발주 취소와 인도 거부 등 중요한 사건들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라는 것.외국 해운사들은 이런 때일수록 계약서에서 트집을 잡고 돈을 깎으려 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완벽을 기해야 한다고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