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수석졸업후 월지 기자ㆍ백악관 실장 등 거쳐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에 한국계 여성이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 정권인수위의 경제자문위원회 팀장을 맡은 한국인 2세 오드리 최씨(한국명 최경옥ㆍ40)가 주인공.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근무를 통해 쌓은 풍부한 행정 경험,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활동하면서 닦은 경제 식견과 국제감각,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얻은 금융지식 등을 높게 평가받아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위있는 월간지인 워싱터니언은 2000년 그를 '주목해야 할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최씨는 다방면의 경력으로 '내공'을 키웠다. 뉴욕에서 성장한 그는 하버드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1988년 국무부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독일에 건너가 동ㆍ서독의 페미니스트 문학을 공부했다. 독일 체류 당시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닥쳐온 커다란 변화의 물결도 체험했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자유를 찾아 나선 동독인들을 보면서 정치ㆍ경제정책 결정이 개인의 권리와 기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월스트리트저널 독일 특파원을 지내면서 자동차산업,벤처기업 등 독일의 경제를 속속들이 취재했다. 본에서는 2년간 월지 지국장을 역임했다. 미국 정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1996년 백악관 연구원 프로그램에 지원,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의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했다. 불과 30세 전후의 나이에 상무부 통신정보국장,앨 고어 전 부통령의 국내정책 자문위원을 거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실 실장이라는 경력까지 쌓았다. 경제자문위원실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미국 경제 트렌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렇지만 최씨는 워싱턴에서도 부족함을 느꼈다. 수많은 정책적 목표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무산되는 사례를 보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다시 진학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 모델을 연구했다. 그는 현재 모건스탠리에서 소자본 기업가들에게 대출 기회를 제공하고,여성지도자 개발을 선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한 최씨는 2000년 외교관인 로버트 오어씨(46)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과 이름을 계속 갖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의 어머니 최숙렬씨(69)는 작가로 유명하다. 평양 출신인 어머니는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요코이야기'를 읽고 충격을 받아 '떠나보낼 수 없는 세월(Year of Impossible Goodbyes)'이라는 소설을 썼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