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제유가 급등기에 하락 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4개월 만에 2000% 이상의 '대박'을 떠뜨리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12월 인도분 옵션만기일을 맞아 지난 7월 원유선물시장에서 배럴당 100~120달러에 서부텍사스원유(WTI)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이 같은 횡재를 하게 됐다고 16일 보도했다. 풋옵션이란 장래의 지정된 날에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지난 7월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WTI를 배럴당 10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는 1.8달러에 거래됐다. 당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던 상황에서 대부분 투자자들은 고공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쪽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당시 100달러 밑의 행사가격이 붙은 풋옵션은 큰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확률은 낮아 '복권'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날개가 꺾인 유가는 지난 14일 현재 배럴당 57.04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배럴당 100달러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1.8달러에 산 투자자는 옵션만기일을 맞아 행사가격과 현 시장가격과의 차액(42.96달러)에 풋옵션 프리미엄(1.8달러)을 뺀 41달러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1.8달러로 41달러를 벌어 수익률은 무려 2278%에 달한다.

스위스의 원유 컨설팅사인 페트로메트릭스의 올리비어 자콥은 "17일 NYMEX에선 사상 최대인 50만계약의 WTI 옵션 청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 여파로 국제 원유시장이 일시적으로 크게 출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