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기술의 열세를 딛고 선진국 기업을 제치면서 세계 1위에 올라서는 신흥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굿베이비는 유모차 생산에서 세계 최대다. 80여개국의 4억가구 이상이 굿베이비의 유모차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 위프로는 연구개발 아웃소싱 서비스에서 세계 1위다. 각국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원들이 세계 각국에 진출해 떼돈을 벌어들인다.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11월15일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으로 고성장 및 고수익성을 자랑하는 신흥국의 세계 1위 기업들을 분석,공통점을 찾아 냈다. 이들은 선진국 기업과 다른 경영모델을 가진 경우가 많았으며 성공 요인은 크게 일곱 가지로 분석됐다.

가장 기본이 되는 노하우는 코스트(원가)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전기제품의 중국 주장삼각주나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인도 방갈로르 같은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거란스(전자레인지) 펄리버(피아노) 등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확고한 1위로 자리 매김했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 코스트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도 많았다. 제조업체로서 원가 경쟁력을 포기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이 잡지의 결론이다.

인재 육성도 한 비결이다. 위프로는 매년 수천 명의 사원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유능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이공계는 물론 다양한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다. '자국 순혈주의'를 고집하지 않는 것도 이들의 강점으로 분석됐다. 코스트 경쟁력,고객과의 접촉,인재 및 기술에 대한 접근 등의 관점에서 국적과 관계 없이 최적지에 비즈니스 입지를 정하는 '핀 포인팅' 전략을 채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해외 시장에서 과감하게 승부하는 특성도 보였다. 멕시코 시멘트업체인 시멕스는 매수 및 제휴를 반복,짧은 기간에 세계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이웃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다원성도 신흥국 1등 기업 성공의 키워드다. 시멕스의 경우 인수한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독립 경영을 인정하고 있다.

끊임없는 이노베이션도 특징으로 꼽혔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싼 나노 자동차를 개발한 인도 타타그룹은 발상 전환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 회사는 세계에 있는 값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모아 신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도 휴대전화 업체인 바하라티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유통시장을 뚫어 뿌리 내렸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