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 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법정 스님(76)이 새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숲)를 출간했다. 2004년 '홀로 사는 즐거움'을 낸 지 4년6개월 만이다.
책 제목을 보면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스님이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담은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법정 스님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소식지 <맑고 향기롭게>에 매달 기고한 수필을 모은 이 책에서 침묵과 고요,간소한 삶과 스스로 선택한 가난,그리고 병상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를 담담히 전해준다.
"오늘 오후 채소밭을 정리했다. 여름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 주고 가꾸는 재미를 베풀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가꾸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
법정 스님은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처음의 마음(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하고 근원적인 물음을 스스로 묻는 것,내려놓음과 비움,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아는 것,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택하고 단순해지는 것,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또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가는 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저녁 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가는 일상….이런 일상의 변화가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징표임을 알아차리려면 늘 깨어있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스님은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따뜻하고,친절하고 ,이해심 많고,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염원하며 고통마저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스님은 "내 삶의 소박한 행복 세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을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라며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라고 일깨운다. 244쪽,1만15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책 제목을 보면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스님이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담은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법정 스님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소식지 <맑고 향기롭게>에 매달 기고한 수필을 모은 이 책에서 침묵과 고요,간소한 삶과 스스로 선택한 가난,그리고 병상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를 담담히 전해준다.
"오늘 오후 채소밭을 정리했다. 여름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 주고 가꾸는 재미를 베풀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가꾸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
법정 스님은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처음의 마음(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하고 근원적인 물음을 스스로 묻는 것,내려놓음과 비움,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아는 것,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택하고 단순해지는 것,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또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가는 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저녁 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가는 일상….이런 일상의 변화가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징표임을 알아차리려면 늘 깨어있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스님은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따뜻하고,친절하고 ,이해심 많고,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염원하며 고통마저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스님은 "내 삶의 소박한 행복 세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을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라며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라고 일깨운다. 244쪽,1만15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