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공인중개사가 말하는 재건축 시장은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은 지난 14일 '제7회 전국순회 한경 부동산포럼'을 열고 서울 강남권 등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시장을 심층분석했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베스트공인 중개사'들과 문홍선 서울시 주택정책과장,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한국경제미디어그룹의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포럼 내용은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주간 한경비즈니스,월간 머니 등에 소개되며 한국경제TV를 통해 방송됩니다. 포럼은 연중 개최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 권역이나 특정 이슈를 선정해 집중 진단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정부가 '11.3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를 많이 풀었지만 시장은 반짝하고 말았습니다. 급매물 호가가 약간 올랐고 거래도 몇 건 성사됐지만 그뿐이었죠.'1주일 천하'에 그친 꼴이죠.지금 시장 분위기로 봐서는 서둘러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한국경제신문 선정 '베스트 공인 부동산 중개사'들은 이날 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실물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 시장 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짓게 해 준 조치가 '메가톤급'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라는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포럼에서는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 사업성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나 상당 부분이 경기침체 논의에 할애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대형호재 불구 '반짝 특수'
[한경부동산포럼] (7) 강남권 재건축 "호재는 메가톤급인데 약발은 1주일 그쳐"



용적률 상향 조정과 소형.임대주택 의무 건설 완화를 골자로한 '11.3 대책'은 올여름부터 쏟아진 정부 대책 가운데 시장의 반응을 가장 활발하게 이끌어 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강남구 개포동 이형관 동명공인 사장은 "지난 3일 대책이 발표된 뒤 하루 만에 개포주공 급매물 호가가 5000만~6000만원씩 올랐고 계약도 이뤄졌지만 1주일도 안돼 매수세가 사라졌고 호가도 2000만~3000만원 내렸다"며 "집값이 11.3대책 발표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김동오 신성공인 사장도 "둔촌주공 아파트 역시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거래가 몇 건 맺어졌으나 지금은 매수 문의가 끊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11.3대책이 나온 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01% 올랐다. 10월 넷째주(―0.71%)와 다섯째주(―0.84%)에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주 ―0.24% 하락하면서 규제 완화 '약발'은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집값 5~10% 더 떨어질 수도"

포럼 참석자 대부분은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규제만 풀리면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던 지난 여름 포럼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용산구 청파동 서기섭 OK공인 사장은 "고점 대비 아파트값이 20~30% 떨어졌지만 추가로 5~10% 정도는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남구 대치동 이용호 사장은 "은마아파트 102㎡형이 7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심리적 바닥은 7억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아파트 초과이익 환수제가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달았기 때문에 실제 하락폭은 더 클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경부동산포럼] (7) 강남권 재건축 "호재는 메가톤급인데 약발은 1주일 그쳐"
포럼에서는 12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둔촌주공 112㎡형 호가가 7억2000만원까지 떨어졌고 최근에는 5억1200만원에 경매에 나왔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바닥을 모르겠다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의 김용진 본부장은 추가 하락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본부장은 "거시경제지표와 1988년부터 축적해온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하락 요인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급등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주택시장 참여자들이 집값이 크게 오르고 거래도 집중됐던 2006년 주택시장을 정상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2년 전과 같은 모습은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줄 막혀 집 장만 포기

가격 약세의 첫 번째 원인은 경기침체지만 매수자들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이형관 사장은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넣어뒀던 사람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접은 상황"이라며 "지난달에만 개인투자자들이 80조원을 잃었다고 하는데 돈이 어디서 생겨 집을 사겠냐"고 되물었다.

성동구 성수1가 차윤원 가나공인 사장은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3구의 경우 아직도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소득 대비 대출 가능액 비율(DTI)이 40%로 제한돼 일부 매수자가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감소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송파구 가락동 안경국 덕수공인 사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주택시장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중과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투자수요가 발생하기 힘들어 시장 회복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학제 개편을 거론한 중개사도 있었다. 대치동 이용호 한국공인 사장은 "강남권 이외 지역에서도 강남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면서 학군 수요가 예전보다 20% 이상 줄었다"며 "어떤 이유에서든지 수요가 감소하면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과 추가 대책이 변수

'11.3 대책'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시장은 또 다른 대책에 관심을 기울였다.

문홍선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지만 "용적률 상향, 소형주택 의무비율 조정 등 정부의 11.3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문 과장은 서울의 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0%에 육박했다고 하지만 인구 1000명당 가구수는 2006년 현재 229가구로 도쿄(503가구)나 파리(633가구)보다 적은 수준이어서 공급은 더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재건축 아파트가 주택공급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과장은 또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와 규제완화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그동안 실무회의를 세 번이나 여는 등 가이드라인을 빨리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