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업계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급격한 수요 감소로 세계 PC 업계 1,2위인 휴렛팩커드(HP)와 델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올 4분기 PC 판매량이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PC 업체들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연말 성수기 판매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제품 가격을 대폭 낮추며 소비자 끌어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 4분기 미국 시장의 PC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감소한 184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IDC는 당초 4분기 PC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PC 시장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대형 전자 유통점인 서킷시티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인텔의 수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불길한 소식들이 추가적으로 이어졌다. PC 업계는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소비심리마저 크게 위축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HP는 미국 최대 전자유통 전문점인 베스트바이에서 노트북 '파빌리온' 15.6인치 제품을 기존 가격보다 25% 낮춘 545.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델 역시 노트북 '인스피론'을 기존 984달러에서 747달러로 24% 내렸으며,파나소닉도 노트북 제품인 '터프북'의 가격 인하를 계획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PC 업계의 가격 전쟁은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려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제살 깎기식 경쟁은 업계의 동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PC 업계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PC 업체들은 북미 수출량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면서 "하지만 국내 시장도 '넷북'과 같은 저가 PC를 제외하고는 점점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